처음엔 뱀파이어에서 시작됐습니다. 물면 뱀파가 된다. 그건 좀비랑 비슷한데? 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좀비 영화로 흘러갔죠. 좀비 영화에 대해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좀비가 처음엔 걸었던 것 같은데 최근엔 뛰고 생각까지 한단말이야.. 싶어 문득 좀비 발전사를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재밌을 듯)
최초의 좀비

세계 최초 좀비 영화인 1932년작 ’화이트 좀비‘입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라는 이름을 처음 썼다고 하네요. 여주인공을 납치하기 위해 빌런은 죽은 시체를 주술로 살려냅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좀비들은 빌런의 하인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좀비는 단순히 도구에 불과한 느낌이죠. 이후 1947년작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에서 좀비는 몽유병 환자처럼 등장합니다. 지금 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고 할 수 있죠. 이 오래된 작품들에서 좀비는 영화의 주가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면 좀비 영화라기 보다는 좀비가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느릿느릿 걷기 시작하다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사실 이후 좀비 영화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입니다. 조지 A 로메로가 감독한 1968년 작품으로 좀비가 영화 전반에 걸쳐 주요하게 등장합니다. 그렇기에 말 그대로 이 영화는 ‘좀비 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죠. 이때 좀비에 대한 정의가 정립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영화에서는 시체들이 갑자기 좀비가 되어 인간을 공격합니다. 죽은 인간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이후 좀비 영화에 무수히 등장하는 설정이 됩니다. 이때의 좀비들은 뛰지 못하고 느릿느릿 걷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죽었다 좀비로 부활한 것이기에 사후경직 등 죽은 시체의 특성을 남긴 것이죠. 이 영화는 1990년, 2006년 두 차례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줄거리>

어느날 갑자기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인간들을 공격합니다. 좀비들로부터 공격받아 죽은 인간도 얼마 후 좀비가 되어 다른 인간을 공격하게 되죠. 좀비들을 피해 농가에 숨어든 인간들은 갈등도 겪고 서로 갈라져 자동차로 탈출하다 사망하고, 좀비에게 끌려가기도 하는 등 위기를 겪으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벤은 구조대에 의해 사망하게 됩니다.
우리 좀비가 빨라졌어요! - 28일 후 / 28주 후 / 새벽의 저주

2002년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라는 영화가 등장하며 많은 호러 팬들을 충격에 빠드렸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를 접한 이들에게 ‘좀비 영화‘의 장르화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죠. 시나리오도 연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느리고 뭔가 무기력해 보이던 좀비에게 강한 공격력을 갖게 해 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무서운(?) 좀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28일 후 줄거리>

동물 해방 운동가들에 의해 풀려난 분노 바이러스 감염 침팬지가 사람을 물어 감염시키면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퍼지기 시작한지 28일 후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교통사고로 혼수상태로 런던 병원에 누워 있던 퀵서비스 배달원 짐이 깨어나 밖을 나가보니 런던 시내가 초토화 되어 있고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좀비들과 마주치게 되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면서 생존자들과 조우하게 되죠. 이런저런 과정들을 통해 생존자들과 함께 군인들의 방송을 듣고 그들이 말하는 위치로 찾아가지만 오히려 더 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속편 28주 후가 2007년에 개봉합니다. 이때의 감독은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입니다. 전편의 감독 대니 보일이 제작을 맡았죠.
<28주 후 줄거리>

분노 바이러스가 런던 전역을 덮친 후 28주 후를 담고 있습니다. NATO에 의해 런던은 안정적으로 진압됐고, 해외로 피해있던 영국인들이 다시 돌아오며 영국은 활기를 띄는 듯 했습니다. 런던의 한 노부부 집에서 피신해 있던 부부. 감염자들이 들이 닥치자 남편은 아내와 친구를 버려두고 혼자 살겠다며 탈출을 하여 미군 캠프로 가서 스페인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만나 엄마의 부고를 알리게 되죠. 아이들은 엄마의 사진을 찾으러 몰래 집으로 갔다가 살아있는 엄마와 마주치고 놀랍니다. 엄마를 NATO군에게 데려와 검사를 하는데, 물렸지만 멀쩡한 엄마. 연구원은 항체가 있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러나 타액을 통해 아버지가 감염되고 좀비가 된 아버지는 어머니를 물어 뜯어 죽게하죠. 바이러스는 이내 건물을 비롯 런던 전역에 빠르게 퍼져갔고 연구원은 항체가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탈출을 결심합니다. 런던 도시를 에워싸고 폭탄과 가스, 화염방사기 등으로 남아있는 좀비와 사람들까지 몰살시키며 도시를 되찾으려는 정부와 이를 피해 살기위해 도망치는 남매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헬기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한 남매. 이미 바이러스를 보균하였지만 발병하지 않는 동생. 바이러스는 유럽 본토에 상륙하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이 영화들의 특징은 기존과 달리 좀비는 분노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인간이란 설정입니다. 즉, 멀쩡히 살아있는 인간이 좀비에게 물리면 바로 좀비가 되는 방식이죠. 그래서 움직임도 인간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닥치는대로 죽여대는(그러나 좀비끼린 안 죽임)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도 공격적이고 무섭게 연출되었습니다. 여기서 좀비들은 뛰고, 공격하고, 물어서 감염시킵니다. 공격속도가 빠르니 순식간에 개체수가 늘어나 공포감은 극대화됩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04년작인 새벽의 저주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28주 후보다 조금 빨리 개봉했지만 전반적으로 좀비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데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뛰어다니고 공격력이 강합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무리지어 공격하기도 합니다. 생존자들이 타고 있는 트럭을 엄청난 규모의 좀비들이 둘러싼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절망감을 화면밖까지 전해주는 장면이었죠.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하며 좀비 영화를 한층 더 대중과 가까워지게 하며 이후 좀비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새벽의 저주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좀비가 된 옆집 소녀에 의해 주인공 애나의 남편이 좀비에 감염됩니다. 영문도 모른채 남편과 소녀를 피해 집밖으로 뛰쳐나온 애나는 이미 좀비들로 초토화 된 마을을 보고 경악을 합니다. 구사일생 마을을 탈출한 애나는 그대로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차를 몰며 달리다가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도 겪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 동행하게 되고 쇼핑몰로 대피하여 살 길을 찾게 됩니다. 쇼핑몰에 남아있던 경비원들과 합류하고 그 안에서 갈등도 겪다가 전기가 끊어지고 좀비도 들어오고 탄약도 부족해 지면서 더이상 쇼핑몰에 남아있을 수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배를 타기위해 떠나기로 합니다. 맞은편 건물에는 총기상 앤디가 생존해 있었는데 그에게 식료품을 보내고 합류하기로 했으나 좀비의 공격으로 그가 죽자 총기만 갖고 탈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명한 트럭씬이 나오고 그 많은 좀비들은 트럭을 전복시키려고 하죠. 천신만고 끝에 생존자 몇몇은 살아서 배까지 도착합니다. 애나와 가까워진 마이클은 몰려드는 좀비를 막아 애나가 배를 탈 수 있게 도와주며 희생하게 되고 남은 생존자들은 무사히 무인도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리지만.. 좀비 소리가 들리며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뛰어난 탐색력과 빠른 감염력 - 월드워Z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Z’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마크 포스터가 감독한 2013년 영화입니다. 국내 상영 제목은 월드워Z이고, 주연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죠. 여기서 좀비는 기존에 인간만 보면 달려들던 무식하고 공격적인 좀비에서 좀 더 교활해졌습니다. 바이러스를 더 잘 퍼뜨리기 위해 건강한 인간들만 공격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감염 속도도 12초.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공격할 때는 엄청난 속도를 보이지만, 주변에 공격대상이 없으면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리가 들리면 공격대상이라고 판단하여 그 소리를 향해 달려듭니다. 공포는 소리와 빠른 속도에 의해 더욱 커집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스라엘 벽씬은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는 장소로 활용되었죠. 높은 벽을 쌓아 좀비들을 막고 그 안에서 일상을 사는 인간들이었으나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자 좀비들은 성벽을 향해 달려들고 스스로 좀비벽을 쌓아 높은 성벽은 일순간에 함락당합니다. 그 순간 공포감이 최고조가 되는 것이죠.

<월드워Z 줄거리>

전직 최고 능력의 UN 소속 조사관 출신의 제리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난데없이 대로 한복판에서 좀비로 부터 인간들이 습격받는 것을 목격하게 되죠. 그 와중에도 초를 세어 감염까지 12초가 걸린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가족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와중 UN 동료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헬기를 약속 받습니다. 헬기를 타러 가는 과정에서 많은 좀비들과 싸우게 됩니다. 그 와중에 피가 묻은 제리는 초를 세며 자신의 감염상태를 파악하고 피가 묻은 걸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파악합니다. 헬기를 타고 가족과 함선으로 이동한 제리는 발병지로 가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를 파악하라는 미션을 받고 한국으로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좀비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단 사실을 파악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처음 대응을 한건 이스라엘이란 말을 듣고 다시 떠나게 됩니다. 이스라엘에선 높은 장벽으로 보호구역을 만들어 좀비로부터 인간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나, 기쁨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소리를 키우자 좀비들이 벽을 쌓아 장벽을 뛰어넘어 들어오게 됩니다. 엄청난 규모의 좀비들로 부터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제리는 그들이 병자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를 실험해 보기 위해 WHO연구소로 가게되고 그곳의 생존 연구원들과 가설을 입증해 보려합니다. 연구소 내 좀비들을 피해 우여곡절 끝에 병원균이 있는 건물병동에 진입한 제리는 알 수 없는 병원균을 자기 몸에 투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투여하여 입증에 성공하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좀비를 퇴치하는데 결정적인 위장 백신을 만들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엄청난 속도와 그로테스크한 몸놀림 - 부산행
2016년 연상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부산행은 한국판 월드워Z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대규모의 좀비가 등장하고, 빠르고, 공격적이며, 소리에 민감한 좀비들이 등장합니다. 특이한 건 어두울 때는 움직임이 느립니다. 그래서 기차가 터널을 지나는 장면에서 좀비들이 시야가 가려지는 듯한 효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부산행 좀비의 가장 큰 특징은 동작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존 좀비들은 감염되긴 했지만 움직임이 인간과 비슷했다면, 부산행의 좀비들은 감염되었다가 다시 움직일 때 마치 사후 경직에서 풀려나는 듯한 팝핀을 합니다.

좀비 역할에 비보이 출신들이 많이 기용되며 동작들의 연구가 이뤄졌다고 하죠. 그 덕에 좀 더 무시무시한 좀비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동작들은 그대로 킹덤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부산행 줄거리>

바쁜 금융권에서 일하는 주인공 석우(공유)는 아내와 이혼소송 중입니다. 아내는 부산에 있고 석우는 어머니와 함께 딸 수안을 돌보고 있지만 너무 바빠서 사실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하고 있죠. 엄마를 보러 가고 싶은 딸을 위해 부산으로 딸을 데리고 가기 위해 다음날 새벽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를 탑니다.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이상하게 숨을 몰아쉬는 소녀가 올라타고 뒤이어 좀비가 역무원을 공격하는 모습을 차창 너머로 딸이 목격합니다. 출발하고 얼마 후, 출발직전 탔던 소녀의 발작으로 승무원이 도움을 요청하는 와중에 좀비로 변한 소녀에게 승무원이 물립니다. 물린 상태로 승무원은 객실을 뛰어다니고 좀비는 여러 사람을 공격하며 닥치는대로 감염시킵니다. 이런 아비규환 상황에서 상화(마동석), 성경(정유미), 영국(최우식), 진희(안소희) 등이 석우와 합류하며 서로를 구하게 되고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의 석우는 그들로 인해 조금씩 인간미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도 차례차례 감염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기관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던 석우와 그의 딸, 그리고 임신 중인 성경은 최후 빌런 용석(김의성)과 마주하게 되고 석우는 용석과 싸우는 와중에 손을 물리게 됩니다. 석우는 좀비로 변하기 전 남은 둘을 지키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립니다. 기관차는 어느 터널앞에서 멈추게 되고 터널 주변으로는 바리케이트와 철조망이 둘러져 있습니다. 성경과 수안은 조심스레 동굴로 들어가고 이들을 좀비로 생각한 군인들이 조준을 했으나 수안이 노래를 불러 생존자임을 알아채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젠 좀비도 도구를 사용한다! - #살아있다
원작 Alone을 한국식으로 각색한 조일형 감독의 영화 #살아있다는 2019년 개봉된 작품으로 개봉 직후엔 별로 주목을 못 받았으나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해외의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1위를 달성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지능이 있습니다. 감염전 행동 패턴을 기억한다던가 좀비가 되기 전의 직업적 특성이 좀비가 되고 나서도 남아있기도 합니다. 좀비가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연다던가 소방관 좀비가 아파트 난간을 타고 올라간다거나 하는 것이죠.

부산행의 좀비들이 문을 열지 못했던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감염성도 강하고 공격성도 무시무시한 좀비가 지능까지 있으니 공포감은 더욱 커집니다. 소리에 민감해서 소리로 인간을 찾아내고 체취로 인간과 좀비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인간을 잡기 위해 협력을 하기도 하죠.
<#살아있다 줄거리>

집에 틀어박혀 배그만 하는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주인공 준우(유아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게임을 하다가 게임채팅으로 들어오는 메시지를 통해 전국에 폭력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아파트 밖을 내다보니 밖은 이미 아비규환. 사람들이 서로를 물어 뜯으며 좀비화 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무서워하는 와중에 이웃집 남자가 집으로 들어오고 불안해 하는 남자는 이내 피눈물을 흘리게 되고 이는 감염의 증상임을 안 준우가 남자를 쫓아내고 냉장고로 문을 막고 집안에 은둔하게 됩니다. 먹을 것도 한계가 있고, 통신은 안되고, 물도 떨어지고 밖에선 여전히 좀비들이 득실거리고, 한계에 다다른 준우는 물대신 술을 마시는데 어쩌다 통신이 터진 SNS에서 다른 이들의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보며 #살아남아야한다 해시를 적습니다. 부모님의 메시지를 파악하고 이를 듣기 위해 베란다에 매달리는 등 각고의 노력끝에 듣게 되지만 두 분은 이미 좀비에게 당한 것으로 파악되어 절망합니다. 자살하려던 찰나 건너편에서 들어오는 레이저를 발견하게 되고 유빈(박신혜)과 조우하게 됩니다. 준우는 유빈의 도움으로 음식을 얻게 되고 난간을 올라온 좀비로부터 유빈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합니다. 둘의 살아남기 위한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되며 아파트 단지내를 돌아다니고 생존자를 찾다가 들어간 8층. 그곳은 이미 유빈이 좀비가 없는 유일한 집이라고 파악했던 곳이었죠. 남자는 목마른 유빈과 준우에게 물을 주고 물을 마신 둘은 잠이 듭니다. 유빈이 눈을 떴을 때는 화장실이었고 눈 앞엔 이미 감염된 남자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유빈을 먹이로 제공하려고 한 거죠. 이어 잠에서 깬 준우는 유빈을 살리려고 하고 유빈도 기지를 발휘하여 되려 남자가 부인에게 먹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남자. 총소리에 모여든 좀비들에 좌절한 유빈과 준우는 서로 죽기로 맘을 먹다가 헬기 소리를 듣고 다시 좀비를 뚫고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받게 됩니다.
좀비, 갈수록 진화하는 ‘무기’
초기 좀비는 빌런의 도구(?) 역할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부두교등의 주술을 통해 다시 살아난 시체는 시체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다소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사후경직으로 굳은 근육이나 피는 움직임을 둔하고 느리게 만들었죠. 느렸지만 시체에서 비롯됐다는 공포감, 아픔도 느끼지 않고 공격력도 지닌 존재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울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 옛날 강시도 일종의 좀비가 아니었나 싶네요. 죽은 시체에 부적하나만 붙이면 통통 살아 움직이며 상대를 공격했으니 말이죠. 그러고보니 강시는 공격력도 남다르긴 했네요. 어쨌든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좀비는 당시엔 큰 매력을 전달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좀 더 업그레이드 되어 등장한 좀비는 그야말로 영화계에 새로운 ‘무기’로 각광을 받게 됩니다. 주술로 시체에서 부활했던 느리고 답답한 좀비가 아닌 바이러스로 감염된 대상으로의 좀비는 사후경직 등의 상황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좀비화 되므로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갖추게 됩니다. 거기에 시간을 거듭할수록 좀비는 점점 진화하여 뛰기도하고, 엄청난 공격성은 물론, 인지력도 생기고, 협력을 하기도 하고, 급기야 도구를 이용하기에 이릅니다. 이쯤되면 좀비가 역으로 인간화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이렇게 강해진 좀비는 아픔, 슬픔, 연민 등의 감정조차 없으니 그야말로 ‘무적의 무기’처럼 느껴집니다. 이게 인간에게는 굉장한 좌절감을 일으키죠. 게다가 공격하고자 하는 목적성은 또 얼마나 뚜렷한지요. 앞에 얼음이 깨져있건, 총이 있건, 낭떠러지가 있건 상관없이 인간을 감염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달려듭니다. 실제로 킹덤(2019~)에서는 좀비 부대를 만들었다는 설정도 등장합니다.

이렇게 할 거 다 하는 좀비가 과연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까? 싶은 의문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좀비는 매력적인 ‘무기’입니다. 아직도 좀비 영화는 설정을 달리하며 만들어지고 있죠. 그렇기에 앞으로 좀비가 얼마나 더 진화할 지 기대를 갖게 됩니다. 설마 날아다니는 좀비가 등장하는 건 아니겠죠?